본문 바로가기

일상

일의 기쁨과 슬픔_장류진

두번째 장류진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은 독서모임에서 소개받은 '달까지 가자' 보다 더 이전에 나온 단편집으로,

총 8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있다.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두고 빌려온책

'과연 얼마나 재밌을까, '달까지 가자'보다 더 재밌다고 했는데'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고, 첫 에피소드인 '잘살겠습니다'를 읽으면서 이번에도 책을 진짜 잘 골랐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침대에서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고싶은 기분이 들지!

 

실제로 등단 전 it 회사에 다닌 이력때문인지, 작가는 회사생활 그 자체를 새로운 장르로 만들어낸듯 했다.

젊은 세대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고충과 애환을 이렇게 재밌게 담아낼 줄이야.

우리 주변의 불편한 시선, 실제로 존재할법한 이웃과 동료들, 미묘한 불안과 공포도 잘 비틀어 에피소드 곳곳에 녹여두었다.

 

개성있는 여덟 가지 이야기속에서 내 친구의 모습, 아는 언니 오빠의 모습, 남자친구의 모습, 그리고 내 모습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소설에서 가장 '재밌었던' 단편을 뽑아보라면, '잘살겠습니다'와 '일의 기쁨과 슬픔' 이 두 개가 될 것이다. 

 

25,000(축의금 대신 먹은 밥값) - 13,000(내가 청첩장 주면서 산 밥값) = 12,000

 

위의 문장은 '잘살겠습니다' 에서 최근 결혼식을 올린 주인공이 '눈치도 없고 하는 짓도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안친한 회사동기'의 청첩장을 받으며 머릿속으로 혼자 계산한 대목이다. 

 

이 한문장으로 장 작가만의 유머코드와 개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달까지가자' 에서도 느꼈지만 (사실 이 책이 더 먼저 나왔지만) 각자의 상황을 참 맛깔나게 잘쓴다!

 

주는 만큼 돌려받으려 애쓰다가도 나중엔 동료의 행복을 빌어주는 주인공이 낯설지 않아 웃프고, 

당근마켓을 모티브로 한 것 같은 '일의 기쁨과 슬픔'에 등장하는 열혈유저 '거북이알'의 사연도 어딘가 정말 있을법 했다.

 

 

재밌으면서도 짠하다. 근데 읽다보면 그게 내얘기다. 

이번 책에서도 이런 기분을 자주 느낄 수 있었다ㅋㅋㅋ

 

 

가장 재밌었던 이야기가 위의 두개라면,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템페레 공항'이다.

이 단편집에서 하나의 소설을 꼽아야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템페레 공항을 고를것이다.

 

'템페레 공항'을 읽으며 가슴 찌릿하게 현실적이면서도 또 그렇지만은 않은 결말에 살짝 눈물이 나기도 했다.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의 고민이 보였고,

혼자 오르는 여행 길을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사실 남들 눈엔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너도나도 하는 준비운동으로 밖에 안보인다는 씁쓸함이 전해졌다.

 

나도 모르게 그곳에 두고 잊어버린 '핀란드의 할아버지'들을 생각하며, 귀국 후 현실에 치여 놓아버린 아쉽고 미안한 인연들을 떠올렸다. 내가 그렇듯이, 모두들 잘 지내고 있길...!

 

 

좋은 글은 읽는 사람을 빠져들게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더니, 이틀만에 200쪽이 넘는 글을 후루룩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정말 대단하다. 장류진 작가의 글은 앞으로도 믿고 무조건 볼 듯!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