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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집이 있어야하는 이유

사람 일은 정말 한치 앞을 모른다.
아빠의 확진에 이어 줄줄이 가족들이 코로나에 걸렸다.

잠복기 이후 본격적으로 증상이 시작되는 화요일에 마침 집에 없었던 덕분일까
나만혼자 음성이었고,
서로가 불안했던 가족들의 권유로
자가격리 기간동안 밖에 나가서 지내기로 했다. 이번주까지는 걸리면 안된다고...
(이때부터 시작되는 유목민 생활)


안심숙소는 백신접종 후 90일이내여야 신청자격이 돼서 티켓팅 시도조차 못했다.

그렇게 찾아간
첫 날의 모텔은
장르불명의 영화 촬영지 같았고
시간이 지나니 조금 적응되긴 했지만 무서워서 도저히 하루 이상 있을 수 없었다.

대체 무엇을 의도하기 위한 조명인가...



피난민처럼 집에서 급하게 싸온 빵빵한 배낭을 메고
회사에서 당일 저녁에 묵을 숙소를 찾느라 바빴음.


많은 양의 업무와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겹쳐 오후엔 거의 울기 직전이었는데
어찌저찌 을지로의 셰어하우스를 구해 주말 동안 지내게 되었음.
(을지로는 멀지만 그래도 전날 모텔보단 나아서 다행이라 생각)
숙소에 많은 돈을 쓸 수 없었기에 그래,, 잠만 자는데 이정도면 괜찮지 싶었다.

본의 아니게 청계천 산책


마지막 며칠은 나를 딱하게(?) 여긴 친구의 손길덕분에 훨씬 편하게 머물 수 있을 것이다 :)
고마워.

스트레스 개복치인 나는
떠돌아다니는 일상과, 대충 챙겨온 짐에서 허점들이 계속 발견되자
또 나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 기간을 여행처럼 생각하라는 친구의 말에 썩 동의할 수 없었던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충분하지 못했던 예산과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며 일을 쳐내야하는 밥벌이,
그리고 저렴한 잠자리에 옛날처럼 편하게 적응하기엔 약간은 예민해지고 그때보단 노쇠해진 나의 몸 때문이다.

그래, 이래서 사람은 집이 있어야해.
세탁소와 빨래방이 없어 늦은 밤 옷가지를 손으로 빨던 나는 한숨을 쉬었다.
컨디션 난조로 몇 번이나 버스 지하철을 잘못타고
회사에서도 낮에 어찌나 멍을 때리는지.
일상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마음 한켠이 붕뜬것 같이 편하지 않다.

코로나 때문에 이직 일정도 조금씩 밀리고 있는게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주에 면접이 잡혔으면 아마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을듯.

주말에 혼자있을 나를 위해 저녁 약속을 함께해준 지인들,
홈리스를 응원해준 가족과 주변인들,
그리고 흔쾌히 집을 내어준 친구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덕분에 피곤해도 꽤나 즐거운 주말을 보냈음.

신대방 수영클럽 회동, 밴드, 가족과 인터폰으로 인사


코로나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나도 언제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시간이 얼른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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