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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럼에도 한 달이 지났다.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가장 마지막에 올린 글이 11월 11일에 올린 출판사 계약에 관한 글이라니.
 
한 달 정도밖에 안지났는데, 왜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6주밖에 안지났다고? 믿기지 않는다.
 
동시에 한 달 전의 일은 아직도 머릿속에 박제되어 생생하다. 어쩌면 그 날의 기억이 도돌이표처럼 계속해서 머리에 맴도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핸드폰 액정이 아주아주, 완전히 망가졌는데 그걸 고치러 갈 힘이 없어 로켓 쿠팡으로 바로 새 폰을 시켰다.
남은 복지 포인트를 탈탈 털어 새 에어팟도 샀다. 하필 그것도 불량이라 얼마전 애플스토어에 가서 고생 고생 끝에 하자를 인정받고 교체 받았다. 이놈의 애플. 애증이다.

 
모니터 해상도가 나가도 상관않고 무던히 쓰던 나는, 드디어 노이즈로 가득찬 예전 에어팟을 놓아주었다.
욕심을 버리고 당근마켓에 헐값에 팔았는데 구매자가 환불을 원해서 해줬다. (이럴때보면 참 착하다) 다시는 당근 안쓴다. 앞으로 판매 말고 구매만 해야지.
 

요새 주변인들이 한명씩 독감에 걸리는 것 같더니, 나도 결국 걸렸었다.
진짜 끔찍하게 아팠다. 회사에서 독감 주사 단체로 맞게 해줬는데 영 소용이 없었나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회사일도 바빠져서 11시까지 야근하고, 병원에서 수액 맞는데 그간 있었던 일들이 몽땅 다 서러워 엉엉 울었다.
다행히 수액 맞고나니 회복되었다.
 
하반기 휴가를 받아 2주간 쉬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카페에 있다.
최근 회사에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일이 물밀듯이 쏟아졌는데 이대로 쉬는게 맞나 싶었다.
차라리 휴가대신 돈으로 받으면 좋겠는데 막상 쉬니 또 잘쉬어진다.
이맘때쯤, 아니 내년쯤해서 함께 일본 여행을 가자 했었는데.
나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홀로 울산을 갔었다. 여행은 좋았고, 좋지 않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엔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갔다 대판 싸웠는데, 찡찡이와 함께 다니는 것은 정말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앞으로 절대 찡찡이는 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외과에 가서 오래 방치해두었던 염증을 째고 왔다.
겁보에 쫄보인 나는 요즘 맞는 주사들이 별로 아프지 않다.
대단한 휴가는 아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두었던 것들을 해치울 수 있는 점은 좋다.
 
길고 긴 나의 휴가는 세이브 원고를 쌓는데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비축분이 바닥나고 있으니, 부지런히 써서 내년 회사생활과 겹치지 않도록 미리미리 쌓아둬야지.
올해 이직은 실패했는데, 내년에 생각보다 괜찮은 업무들이 있어 좀 더 경력을 쌓아보기로 했다.
지금은 여기서 배울 것이 있고, 주도하에 이뤄질 업데이트들과 대형 IP와 콜라보도 있고, 회사에서 보내줄 크루즈 여행도 있고, 무엇보다 아직 2년도 안돼서 어차피 이직이 어려우니까.
 

부동산 공부도 꾸준히하고 책도 꾸준히 본다. 특강이 있으면 듣고, 사람들과 대화도 한다.
그럼에도 할 일이 있는 것은 정말 다행인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지.
이렇게 바쁘니 바쁜 사람의 입장을 돌아볼 수 있다. 
 

출판사와 알잘딱깔센으로 일을 하고 있다. 피드백을 쑥쑥 흡수하는 나를 좀 좋아해주는 것 같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기분이 좋다. 카카오 심사는 다음달쯤 나오는데,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어느 플랫폼에 데뷔를 하게 될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돈보다는 진짜 내가 재밌어서 한다. 
몇시간이고 앉아서 작업을 하는게 아무렇지도 않다. 오늘도 거의 7시간을 내리 썼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풀리다니.
 

그동안 할일이 없어 약속이 사라지거나 당일파투가 나면 심하게 불안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언제나 할 일이 있다. 일이 있어서 약속이 사라져도 외로운 기분이 들지 않는다. 낯선 기분이다. 
일이 많은 사람을 기다려주기보다, 나도 같이 할일을 하는 격이다. 이걸 좀 더 일찍 배웠다면 어땠을까.
실제로 울산에서 만난 지인과는 몇시간이고 함께 아무말도 없이 일을 했다. 
멀리까지 가서 일만하다 오냐고 할 수도 있지만, 글쎄 나는 그게 나쁘지 않았다.
남의 동네에가서 낯선 풍경, 낯선 자리에 앉아 몰입하니 개운했다.
 
매년 이맘때 쯤엔 함께 했던 '올해 돌아보기&내년 계획 세워보기' 를 혼자 하고 있다.
오래 전 만들어놓은 양식은 지금도 요긴하게 쓸 수 있을 법한데, 굳이 또 뽑아 쓸 자신이 없다. 
지금도 종종 연어처럼 돌아가 그날의 기억을, 배경 사진을 들춰본다. 점점 사라지는 것들을 보기가 어렵다.
 
나의 일상을 담아놓다 그리움도 함께 풀어놓는다. 이제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많이 남지 않았다.
사실 이야기를 하는 것도 힘이든다. 내 친한 친구들 중에도 아직도 나의 업데이트 된 소식을 모르는 이가 많다.
 
그럼에도 한 달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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