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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1년 여름휴가 (수) 외국계 호텔 비서 면접

띠로리...벌써 나의 휴가가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따!!ㅠㅠㅠㅠㅠ

며칠전 다른호텔에 근무하는 친구의 추천으로 비서 직무에 지원하게 됐다.
사실 신성한 휴가에 웬 면접이냐 집에서 좀 쉬고 싶기도 했지만 도리어 휴가때 면접 일정이 잡혀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ㅌ..탈주할거야..ㅎㅎ


무슨 호텔인지는 여기에 적기 어렵지만
서울시 한복판에 위치한 외국계 호텔이었고, 총지배인 비서 포지션이었다.
외국계 호텔의 경우 총지배인도 외국인인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공석이라 한국인 보스와 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총지배인의 업무를 보조하는것이 주 업무로, 호텔 본사의 메뉴얼 영문번역과 영문 레포트 작성, 본사와 비즈니스 메일링,
총지배인이 본사와 컨퍼런스콜을 할때 보조하는 업무가 있다고 했다.

사실 나는 비서 업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고, 비서 전문 학과나 서비스 관련 전공도 아니었지만
추천채용으로 논 오프닝 포지션에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자소서 말고 간단한 이력서만 요청하길래 편집 후 담당자에게 전달했고, 주말이 지나고 바로 면접 연락을 받았다.


면접당일

쌍수 붓기가 다 안빠져 조금 아쉬웠지만ㅋㅋㅋㅋ 그래도 최대한 깔끔하게 화장을 했다.

매트한 피부표현과 마스카라에 집중했고
앞머리는 드라이해서 옆으로 넘기고, 애교머리 살려서 낮은 포니테일로 묶음.

비서라 그런지 왠지 일반 사무직보다 외모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할것 같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ㅋㅋㅋㅋ

면접용 구두가 없어서 취업날개 서비스를 이용했고, 강남역 체인지 레이디에서 대여를 했는데
여기 담당자님 친절해도 이렇게 친절하실 수가 없었다. 당일 오후 면접이라하니 머리도 세팅해주시고 (물론 내가 간 시간대에 사람이 없었다) 내 짐이 무거워 보인다며 가방도 보관해 주시겠다고....
날씨가 너무 더워서 기운도 없고 너무 힘들었는데 정말 친절하셔서 마지막에는 웃으며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나오자마자 다시 더워서 짜증남)
건물이 신분당 강남 술집 라인에 숨어있는데 좀 만 더 찾기 쉬우면 좋을듯.

오징어 광장...왜 이렇게 찾기 힘든가...


집에서 호텔까지 가려니 너무 멀었다. 그래도 면접경험이나 쌓으면 좋겠다 싶어 일찍 도착해 근처 카페에서 30분정도
입을 풀고 자기소개를 준비했다. 사실 별로 긴장은 되지 않았다.
되면 그만 아니면 그만이었기 때문.


면접 후기

외국계 호텔이라 영어질문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해 영어로도 자기소개를 간단히 준비하긴했다.
그래도 소개해준 분이 영어에 대한 말이 없길래 솔직히 영어 거의 안보는줄 알았다.

But...
알고보니 영어 60% + 한국어 40%의 면접이었고....

내가 웬만하면 블로그에 이모티콘 잘안쓰는데 들어와서 면접 시작하자마자 웃으면서 'Nice to meet you, how are you today?" 이러길래 속으로 진짜 깜놀함.
2대1 면접에 나중에 들어오신 분이 영어로만 말씀하셔서 난 그분이 외국인인줄로만 알았다.
준비해간 1분 자기소개 이런거 하나도 할 수 없었음ㅋㅋ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인사하면서 바로 호텔소개 및 본론...

생각나는 질문은
1. 우리호텔은~~이고 ~~~한 호텔이다. 방문해보거나 알고있는 내용이 있는가
2. 지금 회사업무는 뭘하는지?
3. 해외 공항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데, 외국인으로써 정직원 근무의 기회를 어떻게 잡았다고 생각하나
4. 취미, 특기
5. 왜 하필 비서에 지원하게 되었나? (나는 비서와 관련된 활동이 없다)
6. 지금까지 경험한 직무들이 다 제각각 여러가지다. 하나를 오래 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든다. 이 중에서도 호텔 경력이 없는데 우리입장에서 호텔 비서로 당신을 뽑는건 좀 리스키하지 않겠나
7. 어려운 것을 돌파해낸 경험

대충 이 정도였고 6번의 질문이 좀 크리티컬했는데, 대답은 '다양한 직무를 경험해본만큼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알수있게 되었다(다 거짓말임) 전공과 지금 직무도 다른데 자격증 공부등을 통해 보완했다. 본인만의 빠른 적응력으로 해결하겠다' 머 이랬던 것 같다.

그 뒤로 한국어 면접으로 바로 바뀌어서 진행했는데 아까보다 더 심했다ㅋㅋㅋㅋㅋ
웃는 얼굴 속의 압박면접 같은 느낌. 외국어로 말씀하신 분은 부지배인이었고, 그 분은 나름 괜찮아 하는 눈치였다.
다행히 영어로는 문제없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들이 찐 네이티브였다면 아마 나의 허술함을 눈치챘겠지만), 옆에 앉은 인사부 팀장이 호텔 경력이 없는 내 커리어에 대한 걱정이 많아보였다.

그렇다고 내 커리어가 그 자리에서 고친다고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나는 그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기때문에 후회는 없음 :D (그날 마침 말이 꽤 술술 잘나온것도 있음)

서비스직 최강자들답게 면접은 매너있게 마무리되었고
나는 얼른 집에가고 싶다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호다닥 나왔다.
면까몰이라고, 그말이 딱인듯.

외국계 호텔이다보니 영어가 (많이) 중요한듯 보였고, 비서 업무 이전에 호텔 업무에 대한 경력이 우선시 되는듯 했다.
호텔업계에서 쓰는 영어와 단어가 다르다 보니, 호텔 경력자를 좋아하는듯.
개인적으로 커리어 발전 전망에 대해선....글쎄 잘 모르겠다. 호텔업계 신입치고 초봉이 나쁘지 않았다.


날씨는 너무 더웠고, 집에 오는 길에 6번 질문, 내 커리어가 중구난방하다는 평가를 곱씹었다.

실제로 나는 너무 다양한 일들을 했었고, 대부분은 돈을 벌기위해서였다.
나는 자립심과 생존력이 강한 사람이고 당시에 잘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었는데
다른 사람의 눈에는 끈기없는 사람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속상하진 않았고 그냥 내 휴가중 하루가 날라갔다는 생각에 울적했다.


어떤 일을 하면서 이 일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적은 없었다.
나도 나의 진로에 대해 걱정이 많고, 일관된 커리어에 대한 갈증이 심한 상황인데 그걸 정곡으로 찔린 듯한 기분에 심경이 복잡해졌다.

그래도 집에와서 뿌링클 시켜먹음 ㅎ3ㅎ 희희
아마 돼도 안가지 않을듯 싶다. 좋은 경험 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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